#20 [관저] 청와대부터 바티칸까지, 관저가 보여 주는 국가 브랜딩

Something Better Magazine

February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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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롭게 말고 기품있게

by 고인물, 글로리


영감과 발전의 스팟은 가장 가까이에

우리가 가장 긴 시간을 보내고 많은 생각을 하는 곳. 첫 번째는 집, 두 번째는 직장이나 학교겠죠?
새로운 장소에서 영감을 받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매일 새로운 곳을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업무와 숙식, 사색을 위한 고정된 생활 영역은 누구에게나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것 같아요.
이번 호에서는 대한민국 및 여러 국가의 관저의 형태, 청와대와도 어울리는 굿즈에 대해 다뤄볼게요!

썸네일 : 청와대 관저 관람 중인 관람객들 ⓒ 뉴시스
헤드 이미지 : 심즈 게임 내에서 청와대를 짓는 예상 이미지 (GEMINI생성)




나라의 얼굴(by 글로리)

청와대 하면 무엇이 연상되나요? 보통은 ‘나는 가 볼 일이 없을 대통령의 일터’, ’뉴스에서만 보는 곳’ 그 이상이 아닐 거에요. 하지만 관저라는 곳은 국가 지도자의 생활 공간이자,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과거와 현재를 어떤 방식으로 잇고자 하는지가 의외로 또렷하게 보이는 장소입니다. 관저는 곧 국가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할 수 있어요.


왜 이사했을까?

최근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옮겼어요. 단순히 업무 효율이나 동선이 더 좋느냐보다 국가의 얼굴을 어디에 둘 것인가 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납득이 되기도 하죠. 재미있는 것은 이런 공간들이 전부 비슷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에요. 어떤 곳은 사진 한 장만 봐도 나라 이름이 바로 떠오르고, 어떤 곳은 생활의 감각이, 또 어떤 곳은 시간이 먼저 보입니다. 각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더라도 무엇이 제일 먼저 보이게, 어떻게  설계됐는지에서 가장 분명하게 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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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앙 본채, 좌우 별채를 가진 조선 궁궐 배치 방식의 청와대 본관 ⓒ청와대   2. 실제 대통령이 주거하는 공간인 청와대 내 대통령 관저(현재 공사 중) ⓒ동아일보

드러낸 정체성 [청와대, 대한민국]

청와대는 푸른 기와를 보는 순간 “아, 한국이다”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라요. 청와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정체성에 가깝겠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청와대 본관은 현대 구조체 위에 전통 한옥 형식을 입힌 ‘전통의 현대화 실험’으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전통을 보존하는 단순 건축이 아니라 전통을 국가 정체성으로 표현한 전략인 셈이죠. 실제 설계에서도 조선 궁궐 배치 방식(중앙 본채, 좌우 별채)을 차용하고, 팔작지붕과 청기와 색을 통해 고궁과 자연 경관을 보여주도록 건축됐어요. 그래서 청와대는 거주 공간이라기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시각적 로고처럼 보이죠. 복잡한 설명 없이도 어디인지 바로 보일 수 있게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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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외관. ⓒ위키피디아    2. 검은색 문과 숫자 ‘10’이라는 작은 포인트에서 정체성을 극대화한 현관 ⓒ한겨레

이어온 관행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조지안 양식의 벽돌 건물과 검은색 현관문이 반겨 주는 다우닝가 10번지는 사진을 보면 화려하다는 느낌 대신 “여긴 오래된 영국의 집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이곳은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같은 주소를 이름으로 오래 불러 오며 의미가 쌓인 장소입니다. 영국 총리는 이 건물에서 생활하고 집무하며, 관저와 업무 공간의 경계도 느슨한 편입니다. “계속 여기서 해왔다”는 관행 자체가 상징이 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을 연출하거나 강조하지 않아도, 반복된 사용이 공간의 성격을 만들어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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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르수엘라 궁전 일부 외관. ⓒ스페인 관광청   2. 숲, 정원 등 사이에 낮게 자리잡은 아늑한 배치 ⓒarchitecturaldigest

함께한 생활 [사르수엘라 궁전, 스페인]

사르수엘라 궁전은 왕궁이라는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있어요. 궁전보다는 저택의 느낌이 들어요. 20세기 들어 입헌군주국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왕이 머무는 공간은 과시의 무대라기보다 실생활의 터전으로 변화했고 사르수엘라 궁전은 그 변화가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수수한 외관에 규모도 지나치게 크지 않아요. 또한 창의 크기나 공간의 분할, 자재의 질감까지 사람이 드나들며 생활하는 높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전통을 앞에 세우지 않고, 생활 속으로 한 단계 내려놓은 상태에 가까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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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서로 다른 시기에 지어진 건축 요소들이 혼재된 바티칸 사도 궁전 전경 ⓒ게티이미지코리아

쌓아온 시간 [사도궁전, 바티칸]

사도궁전은 앞선 공간들과 접근 방식부터 다릅니다. 잘 설계된 형태나 의도적인 연출보다, 시간이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 자체가 먼저 드러나죠. 건축사적으로도 하나의 양식으로 규정되기보다는, 여러 시대의 건축이 겹겹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설명됩니다. 즉 한 번에 완성된 건물이 아니라, 고치고 덧붙이며 다시 사용한 시간이 현재의 모습을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궁전은 특정 시기에 지어진 건물로 단정할 수 없고,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들이 지워지지 않은 채 공존합니다. 이곳이 새로움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무언가를 추가하지 않아도 “우리는 계속 여기 있었다”는 메시지가 공간 자체에서 전달되기 때문이죠. 그 결과 사도궁전은 잘 디자인된 건물이라기보다, 시간이 축적된 기록처럼 보이게 됩니다.


국가를 대하는 방식

이 네 공간은 전부 다른 모습이지만, 출발점은 같아요. 대통령이든 총리든 국왕이든, 실제로 쓰여야 하는 집무실이라는 조건에서 시작했죠. 그런데 그걸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유지하고, 어디까지 손대지 않을지는 나라별로 전혀 달랐어요. 그 선택들이 쌓이면서 관저는 단순한 집무 공간이 아닌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해 왔는지가 드러나는 장소가 된 것 아닐까요?



매월 찾아갑니다. 썸띵베러클럽 작업물 (by 고인물)

고즈넉한 청와대에 대해 언급했으니, 이제는 그 무드에 맞는 디자인 굿즈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어쩌면 매거진 17호의 전통 컨텐츠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바로 올해 1분기 굿즈로 출시된 K컬처 키트입니다. 케데헌 덕분에 전통 비주얼에도 관심이 높아진 요즘, 이 시기를 놓칠 수 없어 만들어 보았습니다. 어두운 블랙+고급스러운 골드로 고고한 듯 화려한 듯 지나치지 않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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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 인쇄가 중앙에 들어간 고급스러운 에코백. 그리고 입구에 빼꼼 나와 있는 뭔가가 보이시나요? 바로 한 겹 더 포장해 내용물을 보기 좋게 갈무리해 주면서, 묶는 모양에 따라 여러 느낌을 낼 수 있는, 주름이 잘 지지 않아 더 고급스러운 오간자 파우치입니다. 구성 단계에서 눈여겨 본 아이템 중 하나였는데, 거치하는 물건이 크면 꽉 차는 대로, 작으면 낙낙한 맛의 매력이 있어요. 아래 사진처럼 노리개나 작은 장식을 달아도 예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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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브랜딩과 일관된 느낌의 금박 노트와 책갈피, 산뜻한 다기, 전통 오브제 일러스트와 사진을 응용한 스티커와 손수건까지. 실용성과 문화적 가치를 모두 담은 굿즈로 대부분의 구성품에 정교하게 커스텀할 수 있다는 점이 k컬처 키트의 큰 장점입니다. 국제 행사나 전시, 기념품 등에 응용하기 좋은 구성이라 청와대 견학 행사에서 이벤트 선물로 증정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와대는 썸베로 연락 주세요...)


키트, 굿즈 시장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요즘, 새로운 키트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간절해집니다. 가장 폭넓게 수요가 있는 오피스 웰컴키트도 좋지만, 한정적인 타겟에 대한 똑똑한 접근은 결국 수요의 풀을 넓히는 믿거름이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할 것 같은 것, 내가 가지고 싶은 것에 대한 간극, 현실적인 절충 또한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다음엔 또 어떤 키트가 나올지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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